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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령 강림 대축일] 주일 강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분당마태오성당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20-05-31 19:38

    본문

    성령 강림 대축일

    이철수 스테파노 주임신부


    교형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비록 코로나-19로 인해서 답답하고 불안한 환경을 살고 있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용기와 위로의 은혜가 늘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이해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 용서와 평화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지금의 스페인에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지역의 주민들은 지역감정의 차이로 인해 서로의 사이가 매우 나쁘다고 합니다. 그들은 마치 원수처럼 서로가 척을 지며 지내고 있습니다. 1492년 스페인이 통일된 후,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 정권으로부터 엄청난 압박과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언어도 자기들만의 언어를 고수하고, 지금도 분리 독립을 꾸준히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대에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테너 성악가 두 명이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서 한 명씩 나왔습니다. 마드리드 출신의 플라시도 도밍고와 바르셀로나 출신의 호세 카레라스가 바로 그들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경쟁자인 데다가 배타적 지역 정서가 강하다 보니, 표면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 영향으로 인해 줄곧 상대방이 나오는 공연무대에는 절대로 함께 서지를 않았습니다. 가끔은 서로 상대 경쟁자를 폄훼하는 비평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87, ‘호세 카레라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그는 플라시도 도밍고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힘든 강적을 만났습니다. 불행히도 심한 백혈병에 걸린 것입니다. 그의 병세로 보아 생존확률은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았고, 더 이상의 활동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상당한 재산을 모았음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치료를 위해 스페인에서 미국의 시애틀을 왕복해야 하는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당연히 골수이식과 병원치료에, 가지고 있던 재산을 다 쏟아부었지만 쉽게 병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그즈음, 그는 마드리드에 헤르모사 재단이라는 자선단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헤르모사 재단은 전문적으로 백혈병 환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였습니다. 호세 카레라스는 헤르모사 재단에 도움 신청서를 보냈고, “헤르모사 재단의 큰 도움에 힘입어 마침내 백혈병을 극복했습니다. 그는 질병과 싸움에서 승리한 뒤, 다시금 테너 가수로 재기에 성공하여, 세계적인 테너 성악가에 걸맞을 많은 수입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헤르모사 재단에 기부금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헤르모사 재단의 정관을 읽어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일까요? 그 재단의 창립자가 다름이 아닌 그의 경쟁자인 플라시도 도밍고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병든 호세 카레라스를 돕기 위해, 일부러 그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가 혹시 경쟁자의 도움을 받는다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줄곧 익명을 고수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이 사실에 크게 감동을 한 호세 카레라스는 마드리드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장을 찾아 도밍고와 주위의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카레라스는 공연 도중 무대로 올라가서 도밍고의 발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공개적으로 감사의 말을 건넨 뒤에 그동안의 여러 부족함에 대하여 용서를 구했습니다. 뜻밖의 행동에 놀란 플라시도 도밍고가 그를 일으켜 세우자, 두 사람은 객석의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와 환호성을 받았으며, 서로는 한참 동안 뜨겁게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용서와 함께 그들의 위대한 우정이 싹트는 순간이었습니다. (‘J. 마이어의 저서-‘용서의 심리학에서)


    어떻습니까? ‘플라시도 도밍고의 따뜻한 배려가 대단합니다. 음악가의 세계에서 경쟁자를 이렇게 배려하고 자신의 물질까지도 내어놓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동시에 도밍고 앞에 무릎 꿇은 호세 카레라스의 용기도 대단합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감사와 용서를 구했다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일입니다. 두 사람 모두 배려와 용서를 통해서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진정한 평화를 얻었을 것입니다.

    오늘 이 성전에 모인 저를 비롯한 저희 모두가 부디 이 두 성악가처럼 배려와 용서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봉사할 줄 아는 큰 그릇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에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저희 사제 피정 강론 중에 어떤 제자가 스승님께 언제 새날이 오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하자, 스승님은 결국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네 가족으로 여겨질 때 새날은 온다라고 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의 가족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문이 모두 잠겨 있는 방안에 들어오시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두 번에 걸쳐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 19.2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말씀 안에는 괜찮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제자들은 스승 예수님께 대한 죄책감, 예수님처럼 잡혀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무력하게 죽어간 스승님에 대한 절망감 등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탓하지 않으시고 두 번에 걸쳐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 첫째로 제자들이 깊이 빠져있던 죄책감에 대해서 괜찮다라는 화해의 선언이고, 둘째로 제자들이 몸서리치고 있던 두려움에 대하여 괜찮다라는 용기의 선언이며, 제자들이 오도 가지도 못하고 뒤처져 있는 절망감에 대하여 괜찮다라는 위로의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평화가 너희와 함께!”란 말씀 그 밑바탕에는 당신 제자들에 대한 전격적인 용서와 화해가 진하게 스며있습니다. 이렇게 실패와 실의, 죽음의 공포와 불신, 나약함과 무기력 속에 빠져서 불안하고 불편하게 사는 제자들에게 괜찮다, 괜찮아라는 두 번의 반복적인 용서의 확인을 통해서 당신의 평화를 심어주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라며 그들을 당신 평화의 사도로 삼아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믿음을 굳게 갖고, 평화의 사도가 되는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용서와 화해를 제시하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 2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평화의 중요한 전제조건인 용서는 우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주님께서 주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 22.23)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우리의 귀에 주님의 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떤 목소리이겠습니까? ‘너희가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서로 용서하여라. 그런데 용서함을 걱정하지 마라. 용서는 너희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불목과 불신일지라도, 그리고 저주와 원망의 벽을 맞닥뜨리더라도 성령께서 그 모든 것을 넘어설 수 있는 용서의 힘을 주실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마음을 열어 성령을 받아라. 그리고 성령의 힘을 철저히 믿어,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여라. 그러면 내가 주는 진짜 평화를 너희 모두가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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