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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주일강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분당마태오성당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20-04-04 02:33

    본문

    김준영 베드로 제 2보좌 신부 


     찬미 예수님. 오랜만에 강론을 작성하며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려 하니 새삼스럽게 설렘이 느껴집니다. 우중충하고 가라앉는 분위기에 무언가 짓눌리듯이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이 길의 끝에서 다시금 찾아올 평화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아무쪼록 이러한 상황 안에서도 영육 간에 건강하시며 하느님께서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

     

     머리에 재를 뿌리지도 못한 채로 어색하게 사순시기를 시작했고, 지난 주일 우리는 사순 제5주간을 맞이하였으며, 이제는 어느덧 성 주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것저것에 치여 사순시기를 잘 준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작은 기도들과 희생을 보시며 꿋꿋이 당신의 길을 걸어 나가셨습니다.

     광야에서 유혹을 이겨내신 1주간, 거룩한 변모로 아버지의 뜻을 다시금 확인하신 2주간, 사마리아 여인에게 당신을 드러내신 3주간,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었던 사람에게 세상의 빛을 건네주신 4주간, 그리고 죽음에서 라자로를 일으켜 세우신 5주간까지.

     이 모든 예수님의 발걸음이 아직은 나와 거리가 있는 일인 것 같다면, 여전히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예수님의 수난을 바라볼 용기가 없다면, 다시금 마음을 모아 오늘 우리에게 들려온 복음 말씀으로 귀를 기울여봅시다.

     

     오늘은 모두 아시다시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 것을 기념하는 성지주일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복음을 보면 긴 버전에서는 유다의 배반 계획부터, 짧은 버전에서는 예수님께서 심문받으시는 부분부터 시작이 됩니다. 오늘이 주님 수난 성 금요일도 아니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아직은 걷지도 않으셨는데 왜 오늘 성지주일에서부터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선포하고 있을까? 매년, 매번 경험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라 이번에도 그냥 미리 알려주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이 잠시라도 드셨다면, 그리고 복음이 예수님께서 걸으시는 ‘오늘의 발걸음’이라는 점을 여전히 기억하고 계신다면, 오늘 우리에게 전해져오는 행복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이전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찾아 나선 분’이라고 언급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 시대에 있었던 성경에 수많은 예언자가 증언한 그 내용’을 바로 당신의 길이라고 생각하셨고, 나아가 그 말씀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예수님께서는 점차 하나둘씩 확신을 받게 되십니다. 세례를 받으실 때 울려 퍼지던 그 음성처럼, 수많은 병자가 치유를 받게 되어 다시금 건강해지던 그때처럼, 그리고 당시 율법과 계명에 굶주리던 많은 사람이 하느님 사랑의 기쁨을 비로소 만나게 되는 그때처럼. 자신의 믿음을 통해 일어나는 광경을 보며 예수님께서는 이제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확신으로 앞길을 걸어 나가십니다.

     

     잘 생각해보면, 성경에 기록된 것과 똑같이 예수님께서 걸어가신다는 점이 하나의 운명이나, 정해진 결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렇게 정하셨으니까, 예수님은 그래야만 하는 분이니까, 예수님께서 이렇듯 꿋꿋이 걸어 나가셨을 수도 있겠지만, 예수님께서도 슬퍼하시고, 예수님께서도 기도하셨으며, 예수님께서도 직접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걸으셨던 그 길은 단순히 운명이나 정해진 결과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운명이나 정해진 결과라는 단순함보다도 더욱더 강한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으로 이 길을 걷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직접 곁에서 봐온 제자들은 이제 이러한 사실을 글자에 담아 우리에게 건네주게 됩니다.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아직은 우리에게 울려 퍼지지 않은 예수님의 수난이지만, 지금처럼 이어질 ‘예수님의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으로 결국은 이분께서 하느님을 위해, 그리고 지금 복음을 전해 듣는 우리를 위해 결국은 십자가에 매달리실 것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가 성 주간을 시작하고 있고, 이제 예수님께서는 남아있는 당신의 길을 다시금 걸어 나가려고 하십니다. 사순시기를 너무 허망하게 보내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마주 볼 자신이 없다면, 예수님의 그 아픔에 감히 동참할 수 없다고 느껴지신다면, 다시금 오늘 들려온 복음 말씀에 귀를 기울여봅시다. 우리가 하나둘씩 모아서 정성스럽게 바친 자그마한 기도, 그리고 믿음과 함께 예수님께서는 ‘결국, 이 길을 끝끝내 걸으실 것’이라는 제자들의 증언을 말입니다. 생각보다 더 아프고, 생각보다 더 비참한 수난의 길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예수님의 곁에는 우리가 필요합니다.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누구보다 사랑하려 했던 한 사람의 마지막을 위해 이제 우리도 마음을 모아 이 성 주간에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죄책감과 자괴감을 넘어, 우리가 마음을 모아 그분의 길에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께서는 끝끝내 우리를 기억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참함을 넘어선 새로운 무언가와 함께 우리의 마음 안에서는 오늘의 복음환호송이 울려 퍼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네.

    하느님은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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